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울산지역 내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에 육박한 가운데 현장 근로자 중심의 제조업이나 고객을 대면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업 등의 고민이 깊어졌다. 방역당국은 기업에 거리두기 지침을 강화하고 재택근무로 전환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면업무가 불가피한 업종들이 적지 않다.
17일 지역 산업계에 따르면 현장 근로자 중심 제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울산지역 대기업은 재택근무 비율을 더이상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셧다운(일시 가동중단)에 따른 업무 차질과 사업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직원들에게 백신접종 및 자가진단 등을 추가 권고하며 각자도생하고 있다
지역 재계 관계자는 “사무직의 경우 재택근무, 근무공간 분리 등으로 방역을 강화할 수 있지만, 현장 근로자는 한계가 있다”면서 “방역당국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만큼 근로자 개인이 스스로 위생을 철저히 하고, 몸에 이상 증상이 있다면 검사 후 출근하는 등 노력을 기울일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력 여유가 없는 중소 제조업계는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확진자 발생이 흔해진데다, 각종 규제에 발목까지 잡혀 대응책 마련은커녕 일손 감소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울산 북구 소재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우리 같은 소규모 업체에서 단체·연쇄 확진자가 나오면 사실상 공장을 멈추게 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현장 라인에서 발생한 인력 공백을 근무 시간 연장을 통해 메울 수도 없고, 사고 우려 때문에 대체 인력을 채용할 수도 없다”면서 “코로나 확산세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중소기업들은 그저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보안정책 등의 이유로 직장에 출근해야만 내부망에 접속할 수 있는 일부 금융회사 직원들도 재택근무를 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BNK경남은행의 경우 지난달 말부터 분산근무를 재개했다. 인근 연수원 등 별도 사옥에 근무지를 마련해 필수업무 가능 직원 80여명을 분산 이동시킨 것이다. 하지만 고객을 대면해 창구 업무를 보는 직원들은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 외에는 별도의 보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지역 유통업계 역시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직원들의 감염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고객 대면 업종의 특성상 재택근무는 엄두도 못내고 있으며, 출근 전 스스로 몸 상태를 점검하고,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거나 아프면 즉각 쉴 수 있도록 조치할 뿐이다.
실제로 울산의 한 백화점 식품관에서 일하는 A씨는 연일 폭증하는 확진자 소식에 걱정이 커졌다. 특히나 식품관의 경우 식사하는 손님들이 마스크를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씨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손을 닦으며 방역수칙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직업 특성상 매일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만나야 하기에 부담스럽다”면서 “재택근무가 어려워 서글프기도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라도 일자리가 있는게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