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의원 선출 못지않게 정당간 치열한 물밑경쟁이 펼쳐지는 곳이 ‘비례대표’ 선거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과 함께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도 뽑는다. 당내 경선과 정당간 본선거로 이어지는 지역구 선거와 달리 정당에 투표하는 비례대표는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당선자가 갈린다. 이 때문에 울산지역 각 정당은 ‘의석수 플러스 알파’, ‘지역대표 정당 이미지’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비례대표 확보에 당력을 집중시킨다. 사실상 ‘어느 당이 비례대표 몇석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울산지역 정당순위가 정해지는 관계로, 여권은 집권당에, 야권은 대안정당에 방점을 두고 선거전에 뛰어들 태세다. 비례대표는 의석수 대비 100분의 10을 뽑게되며 독점 구조를 없애기 위해 특정 정당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수 없다.
울산지역에서는 비례대표로 광역의회 3명, 기초의회 7명 등 총 10명을 뽑는다.
비례대표가 사표(死票) 방지와 정치적 다양성, 소외 계층의 등용문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만큼 벌써부터 지역 정당별로 후보자 발굴과 함께 기호 순번을 정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2018년 울산 지방선거에서는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만이 광역 및 기초의회에서 비례대표를 배출시켰다. 울산시의회에서는 민주당 2명, 국힘 1명, 울산지역 5개 기초의회에는 민주당이 5명, 자유한국당 2명이다. 광역의회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47%(28만1772표), 자유한국당이 33.28%(19만9505표), 바른미래당 5.24%(3만1414표), 정의당 6.45%(3만8680표), 민중당 5.32%(3만1932표), 노동당 1.74%(1만439표)를 획득한 바 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는 광역의원 비례대표에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55.46%(27만8709표)로 11만9402표에 그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31.7%p 차로 앞서 1위를 차지했다. 통합진보당이 12.1%(6만836표), 정의당 3.67%, 노동당 4.98% 등이다. 거대 양당구조 속에서 군소정당이 어느정도 약진할지가 관심이 쏠린다. 단체장이나 지역구 의원과 달리 비례대표는 지지 후보와 지지정당이 다를 수 있어 쉽게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여성 및 청년 등 정치신인 진출여부도 주목된다. 직전 울산 지방선거 비례대표에는 20~30대 청년들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직업도 방송인, 방과후강사, 겸임교수 등 다양하게 분포됐다. 선거시계가 빨라질수록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선거판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4년전 선거에서는 ‘슈퍼스타K 오디션 방식’을 동원해 청년에게 비례대표 1번을 부여하는 가 하면, 일부 정당에서는 결혼이민자와 성소수자 활동가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바람몰이에 나선 바 있다.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대해 토론배틀로 선발하기로 해 정치권에 신바람을 일으킬지도 관심이다. 대선 정국에서 대선후보 지지도 상승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국민의당의 지역 정치 참여도 주목된다.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국회의원 선거구 기준 96개 지역에 126명의 지역선대위원장을 인선했다. 울산선대위원장도 선정해 놓은 상태다. 향후 울산시당 창당, 6월 지방선거 후보자 모집 절차 등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비례대표 의석수 쟁탈전은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에 이어 국민의당까지 가세하게 되는 형국이다.
이형중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