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2021년 12월 현재) 우리나라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인구가 2602만 명으로 총인구 5164만 명 중에서 50.4%가 수도권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면적이 우리나라 총면적의 11.8%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도권 인구가 과밀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저출산(2021년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OECD 국가 중 꼴찌)이지만 어쩌면 더 심각한 문제가 수도권 쏠림 현상일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딱 두 부류로 나눈다면 ‘수도권에 사는 사람과 비수도권에 사는 사람’으로 나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17개 시도가 있는데 이들 간의 지역 불균형을 살펴보기 위해 지열별로 <표 1>과 같이 인구분포,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과 1인당 지역총소득을 비교하여 보자.
우리나라 인구를 5대 권역으로 나눈다면 수도권에 26,023,283명(50.4%), 중부권(강원, 세종, 대전, 충남, 충북)에 7,079,387명(13.7%), 호남권(광주, 전남, 전북, 제주)에 5,738,028명(11.1%), 대경권(대구, 경북)에 5,012,021명(9.7%), 그리고 동남권(부산, 울산, 경남)에 7,786,155명(15.1%)이 살고 있어 비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49.6%이다.
비수도권이 우리나라 총면적의 88.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역 균형 발전을 촉진시켜 비수도권에 더 많은 인구가 살도록 장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정해진 경제지역 안에서 일정 기간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 시장가격을 합한 것을 그 지역 인구로 나눈 값으로, 지역 경제 규모에 활용되는 지표이다. 이 지표에 의하면 최하위부터 대구, 부산, 광주이고, 최상위부터는 울산, 충남, 서울의 순이다.
울산이 1위이고, 근처에 있는 대구와 부산이 최하위라는 것은 특이할 만한 사실이다. 이런 통계 결과를 보면서 대선 후보들이 ‘지역에 따라 1인당 GRDP를 어떻게 어떤 수준으로 올리겠다’라는 식으로 선거공약을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1인당 지역총소득은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을 지역 인구로 나눈 1인당 연간소득으로, 지역경제 실태를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이다. 이 지표의 최하위부터 순위는 대구, 강원, 부산이고, 최상위부터는 울산, 서울, 충남이다. 순위에서 1인당 GRDP와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울산이 최상위이고, 대구가 최하위는 동일하다.
인구 소멸 위험 시군구 113개
지역 불균형의 대표적 상징은 인구 소멸 위험 시군구가 비수도권에 다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1년 12월에 5164만 명이지만, 앞으로의 인구 예측치는 25년 후인 2047년에 4771만 명, 45년 후인 2067년에 3689만 명, 그리고 거의 100년 후인 2117년에는 1510만 명으로, 이대로 간다면 대한민국의 인구는 차츰 소멸되어 가는 형국을 맞게 된다. 이런 현상을 재촉하는 인구 소멸 위험지역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그림1. 전국 인구소멸 위험지역 현황 (전국 113개 시군구)
지방의 인구 소멸 위기를 점검하는 목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지수로 ‘소멸위험지수’가 있다. 이 지수는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총인구로 나눈 값으로, 그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저출산 고령화 지역을 뜻하고 인구 소멸 위험이 높은 곳이다.
이 지수가 1.5 이상이면 소멸 위험 낮음, 1.0∼1.5 미만은 소멸 위험 보통, 0.5∼1.0 미만은 소멸 주의, 0.2∼0.5 미만은 소멸 위험 진입단계, 그리고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0.5 미만을 ‘소멸위험지역’이라고 말한다.
2022년 1월 기준 행정안전부의 ‘전국 시군구 연령별 인구 현황’을 토대로 만든 자료(KT Estate 제공)에 의하면 전국의 소멸 위험 시군구 지역수는 총 113개로 <그림 1>에 표시되어 있다.
인구 소멸 위험지역이 10곳보다 많은 도와 광역시는 경북(19곳), 전남(18곳), 강원(16곳), 경남(14곳), 전북(12곳), 충남(11곳) 등이다.
113개 중에 소멸 위험 진입단계인 곳은 73개이고, 소멸 고위험 지역은 40곳이다. 경북이 가장 많은 19곳으로 군위, 의성, 봉화군 등의 소멸 고위험지역이 9곳이나 된다.
다음으로는 전남의 18곳으로 고흥, 신안 등의 10곳이 고위험지역이다. 다음으로는 강원도의 16곳으로, 고위험지역은 없으나 모두 소멸 위험 진입단계 지역들이다.
이들 인구 소멸 위험지역 113곳은 교육, 문화, 산업 등에서도 낙후 지역이며, 주택 시장에도 악영향을 주는 곳들이다. 이 지역들에 대하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역 불균형의 상징인 소위 ‘수도권 쏠림 현상’은 모든 분야에서 나타난다.
이광재 의원실이 서울대에서 제공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0년도 서울대 입학생들의 출신 고교 분포를 보면, 경기도(204개교)와 서울시(195개교)에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으며, 서울대 입학생을 많이 배출한 고등학교 상위 100개교 중에서 77개 학교가 수도권에 소재한다.
또한 지역별 상대적 비교가 가능한 ‘고3 학생 1천 명당 서울대 입학생수(2020학년도)’의 경우 서울시는 14명, 세종시는 11.3명으로 타 시도 평균 4.8명보다 2배 이상 많다.
2021년 서울대 신입생 최종 선발 결과를 분석(강민정 의원실)해 보면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시 합격생의 78.4%가 수도권 출신이고, 기타 도 지역은 11.7%, 5대 광역시는 9.9%로 수도권이 압도적으로 많다.
수도권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도 55.8%로 수도권의 고등학생 수(2020년) 비율 48.6%에 비하면 많다. 수도권의 정시 수능중심전형 선발 비율 78.4%는 전체 고등학생수 비율 48.6%와 비교하면 무려 +29.8%p 차가 나서 수도권이 정시 선발에서 단연 독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의 심각한 지역 불균형이다.
다음으로 지역별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표 3>에서 살펴보자. 2020년 우리나라의 총연구개발비는 93.1조 원으로, 이는 정부 연구개발비(27.4조 원)와 민간 연구개발비(65.7조 원)를 합친 것이다.
총연구개발비 중에서 서울(15.5%), 경기(50.5%), 인천(2.5%)을 합친 수도권의 비중은 무려 68.5%가 되어 연구개발 활동이 수도권에 쏠려 있다.
수도권 외에는 대전(9.5%)과 충남(3.9%)이 높아 합치면 13.4%로, 수도권 다음으로 연구개발의 제2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수도권은 기업의 본사나 연구소, 그리고 대학이 몰려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건국 이래 대통령 중심의 중앙집권체제가 확립되어 정부 주도의 도시 중심 개발 전략이 지속되어 왔다. 이로 인해 수도권 집중 심화, 지방자치 왜소화, 지역 경제 무력화가 누적되어 왔다.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일부 기관을 세종특별자치시로 보내고, 일부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전국으로 나눠 보냈지만 아직도 국가기관과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85% 정도가 서울에 있다.
중앙집권은 수도권에 모든 정치, 경제, 문화적 의존성을 집중시킴으로써 지방자치의 왜소화가 심화되고 지역 불균형이 심화되어 왔다. 수도권 집중은 수도권의 주택난, 환경파괴, 경제 운영의 비효율성, 지역 이기주의 등을 초래하고 있으며, 지역 불균형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지역 분산·지역 특성화 전략 바람직
지역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몇 가지 제안하기로 한다. 우선 중앙집권적 통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중앙정부 조직이 입법권, 재정권, 행정권, 인사권 등을 모두 장악하고 있고, 국가기관, 정부 출연기관의 대부분이 서울에 있어 정부 재정 배분이 서울 중심으로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제의 실질적인 강화를 들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재정립을 통해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종속적 관계에서 기능적으로 대등한 관계로 전환하고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을 위해서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해 줘야 한다.
지방정부는 지역주민의 요구와 지역 자원에 관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의 발전을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문화, 경제의 전국5대 권역.
둘째, 권역별로 큰 규모의 지방 거점 도시의 형태로 메가시티(mega city)를 조성하여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 대상으로는 부산, 대구, 대전, 광주 권역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주변의 농촌지역들이 도심의 기능을 분담 및 공유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도시와 농촌 간의 균형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이들 도시에 지역 분산정책의 일환으로 아직 수도권에서 이전하지 않은 중앙부처, 국가기관이나 정부투자기관, 국가기반 시설, 공기업 등을 이전시켜 그 지역에서 서울과 같은 기능을 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 세제 제도를 과감히 개혁하여 메가시티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수도권과 4개 메가시티에서 소외된 전북, 제주, 강원은 특별권역으로 지정하여 전주 새만금 특별권역, 강원평화 특별권역, 제주특별자치 권역을 발전시키는 방안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역특성화 정책이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정부투자기관, 공기업 등의 지역 분산정책을 하면서 지역의 자연적, 사회경제적 특성에 맞춰 그 지역의 비교 우위적 부문을 특화하여 발전시키는 것이다. 권역별로 나눠 특화 첨단 미래산업 육성, 신산업벨트 조성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대전 권역(대전, 세종, 충청)은 과학기술 관련 기관이나 연구소가 많이 있으므로 과학기술 분야로 지역특성화가 가능하다.
사실상 대전 권역은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된 미래 신산업 스타트업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을 묶어 세계적인 과학기술 특화단지로 육성시킬 수 있다.
그리고 부산 권역(울산, 경남 포함)은 국제적으로 해양 산업 육성 및 글로벌 항만 육성이 가능한 지역이 될 수 있다.
넷째, 전국의 편리한 교통망(철도와 고속도로) 구축을 들 수 있다. 현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연결하는 교통망이 대부분이다.
이를 확대하여 영호남 동서 연결(부산-광주, 대구-전주-광주 등) 교통망 구축, 강원-경북-경남, 강원-충북-충남-전북을 연결하는 교통망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대학의 육성이다.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성장의 동력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지역대학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지역에 우수 중고등학교를 육성하고 지자체가 지역거점대학의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학이 지자체, 공공기관, 산업체 등과 협력해 지역 및 산업의 혁신 허브로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의 우수 인재가 지역거점대학에 진학하고 그 지역의 산업체나 공공기관에 취업하여 그 지역 발전의 주역이 될 때 지역 불균형 문제도 차츰 해소되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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