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화포천 왔던 첫 일본 황새 ‘봉순이’의 딸이 충남 예산에 찾아오다[살아남아고마워]

김기범 기자의 살아남아줘서 고마워(34) – 김해 화포천 찾아왔던 일본 황새 ‘봉순이’의 딸이 충남 예산에 찾아오다

김해 화포천 왔던 첫 일본 황새 ‘봉순이’의 딸이 충남 예산에 찾아오다[살아남아고마워]

일본에서 한국 충남 예산에 찾아온 황새 J0304. 이 황새는 2014년 처음 한국에서 확인됐던 일본 황새 봉순이의 자손이다. 예산황새공원 제공.

2014년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던 일본 황새 봉순이의 딸이 최근 충남 예산 예산황새공원에서 확인됐습니다. 8년 전 일본에서 바다를 건너 한국에 왔다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 황새가 번식에 성공하고, 그 새끼들 중 한 마리가 건강하게 성장해 다시 한국을 찾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한일 양국의 황새 연구자와 조류 애호가 들을 들뜨게 만들고 있습니다.


예산황새공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11시쯤 예산황새공원 사육장 위에서 일련 번호가 ‘J0304’인 황새가 확인됐습니다. 예산황새공원 연구진은 이 황새의 다리에 끼워져 있는 가락지를 통해 일본에서 온 황새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 황새고향공원에 따르면 이 황새는 일본에서 태어난 황새로 2014년 김해 화포천에서 발견됐던 봉순이의 자손 중 하나입니다. J0304는 한국에서 확인된 11번째 일본 황새인데 어미나 아비 황새에 이어 새끼 황새가 성장해 한국까지 찾아온 첫 사례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한국 충남 예산에 찾아온 황새 J0304. 이 황새는 2014년 처음 한국에서 확인됐던 일본 황새 봉순이의 자손이다. 예산황새공원 제공.

일본에서 한국 충남 예산에 찾아온 황새 J0304. 이 황새는 2014년 처음 한국에서 확인됐던 일본 황새 봉순이의 자손이다. 예산황새공원 제공.

2012년 일본에서 방사한 개체인 봉순이는 봉하마을에 찾아온 암컷 황새라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입니다. 일본에서 자연으로 돌려보낸 황새 가운데 국내에서 확인된 첫 사례였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물론 일본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황새들이 수백킬로미터를 비행해 바다를 건너 한국과 일본을 오간다는 사실도 이때 처음 확인됐습니다.

전 세계에 약 3000여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은 멸종위기 조류인 황새는 야생에서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모두 멸종됐습니다. 일본에서 먼저 황새 복원이 시작됐고, 2005년 처음으로 야생 방사를 실시했습니다. 지난달 28일 현재 야생에 서식 중인 황새는 252마리로 추정됩니다. 효고현에 머물고 있는 황새 수는 171마리이며 나머지는 일본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한국교원대와 충남 예산군을 중심으로 황새 복원이 이뤄졌고, 2015년부터 방사가 시작됐습니다.

일본에서 방사한 황새들의 다리에는 인식표 역할을 하는 가락지가 달려있는데 봉순이의 경우는 일련번호가 ‘J0051’이었습니다. 봉순이를 시작으로 강릉, 울산, 제주 등에서도 일본에서 방사한 황새들이 잇따라 확인됐었고, 이 황새들에게도 ‘강릉이’, ‘울산이’, ‘제동이’ 등의 애칭이 붙기도 했습니다. 이 가운데 제주 한림에서 처음 발견된 일련번호 J0092 제동이는 혈통 계보상 봉순이의 조카뻘인 것으로 확인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동이는 봉순이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서 발견된 일본에서 방사한 황새이기도 합니다.

일본 도요오카시 황새마을에서 800㎞를 날아와 김해 화포천 습지와 봉하마을에서 다섯 달째 머물고 있는 황새 봉순이가 들판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다. | 조류연구가 도연 스님 제공

일본 도요오카시 황새마을에서 800㎞를 날아와 김해 화포천 습지와 봉하마을에서 다섯 달째 머물고 있는 황새 봉순이가 들판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다. | 조류연구가 도연 스님 제공

봉순이는 2014년 첫 발견 이후 여러 차례 일본과 한국을 오갔습니다. 도요오카시 황새고향공원에 따르면 봉순이는 2015년 4월 23일 도요오카로 돌아갔습니다. 그보다 앞서 그해 4월 20일에는 시마네현 오키노시마쵸에서도 발견됐는데 봉순이는 한국과 가까운 시마네현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후 이 지역에 둥지를 틀고 번식에도 성공합니다.

일본에 갔던 봉순이는 다시 2016년 국내에서 발견됐습니다. 봉순이는 2016년 11월 하동, 2017년 1월 서산 천수만, 2월 함안군 악양루 근처 남강변, 2월 말~3월 초 창녕 우포늪, 3월 초 주남저수지와 봉암갯벌에서 확인됐습니다.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이때 봉순이는 봉암갯벌에서 일련번호 J0094인 울산이와 함께 목격됐는데 울산이는 봉순이, 제동이에 이어 2015년 울산 태화강에서 확인된 일본에서 방사한 황새입니다.

황새 J0304의 다리에 채워져 있는 가락지의 모양. 일본 도요오카시 황새고향공원 제공.

황새 J0304의 다리에 채워져 있는 가락지의 모양. 일본 도요오카시 황새고향공원 제공.

그리고 봉순이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짝을 만나고, 새끼를 부화하는 것에 성공합니다. 도요오카시 주재기자로 황새에 대해 오랫동안 취재해온 일본 요미우리신문 마츠다 사토시 기자에 따르면 봉순이는 시마네현 운난시에서 일련번호 J0118인 ‘겐키군’을 만났고, 두 황새 사이에서 2018년 4월 새끼 2마리가 부화했습니다. 겐키군은 2015년에 태어난 황새로 겐키는 일본어로 건강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명대사 ‘오겐키데스카’가 바로 ‘건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라는 의미입니다.

봉순이와 겐키군은 일본 내에서도 야생에서 가장 많은 새끼를 낳은 부부 황새가 되었는데 이 가운데 J0304는 2020년 4월 18일에 태어난 새끼 네 마리 중 하나입니다. 2018년 처음 부화에 성공한 봉순이와 겐키군은 이후 매년 번식에 성공하면서 일본 야생에서의 최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마츠다 기자에 따르면 봉순이와 겐키군은 지난해에도 4마리의 암컷을 부화하고, 자립시켰는데 이 황새 부부가 낳은 새끼의 수가 벌써 22마리에 이른다고 합니다. 다른 황새 부부가 매년 한두마리 정도만 부화시키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봉순이, 겐키군 부부가 얼마나 많은 새끼를 낳고 있는지를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마츠다 기자에 따르면 봉순이가 낳은 새끼가 야생에서 또 번식을 하면서 봉순이는 이미 할머니가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일본에서 황새 복원을 추진하기 전 야생 황새가 마지막으로 번식한 곳이 후쿠이현 오바마시였는데 이곳에 봉순이와 겐키군이 낳은 황새가 날아가 번식을 하고, 3마리의 새끼를 낳았다고 합니다.

봉순이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 시마네현 운난시 홈페이지

봉순이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 시마네현 운난시 홈페이지

봉순이가 둥지를 튼 시마네현 운난시에 따르면 봉순이는 지난해 7월 운난시 니시초등학교의 인공 둥지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는데 운난시는 번식지 주변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황새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방사된 뒤 국내에 와서 큰 관심을 받았던 황새 가운데는 현재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봉순이와 달리 이미 폐사한 경우도 있습니다. 황새고향공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8일 일본 교토 요사노쵸 야마다변전소 부근 산림의 한 송전탑 아래에 황새 강릉이(고유번호 J0136)의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황새고향공원은 이날 오전 9시쯤 인근 주민이 황새로 추정되는 백골과 깃털, 가락지 등을 발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발견 당시 강릉이는 이미 뼈가 백골화된 상태로 죽은 지 수 개월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었다고 합니다. 황새고향공원 측은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 황새가 송전탑 부근에서 죽은 뒤, 사체는 다른 동물이 뜯어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봉순이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 시마네현 운난시 홈페이지

봉순이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 시마네현 운난시 홈페이지

강릉이는 2016년 5월 황새고향공원 보호증식센터에서 태어난 수컷으로 7월 방사된 개체입니다. 2016년 11월 교토 아야베시에서 확인된 것을 끝으로 위치가 파악되지 않아 행방불명됐었는데 1년여가 지난 2017년 12월 강릉 시내를 흐르는 남대천에서 발견되면서 두 나라 모두에서 화제가 됐었습니다. 국내의 애칭은 강릉이었고, 일본에서 불렀던 애칭은 스스무(進)입니다.

당시 강릉이를 발견한 강릉시청 측에서 다리 가락지를 통해 일본에서 방사된 황새인 것을 확인한 후 일본 측에 소식을 전하자 일본 효고현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스스무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손편지를 써서 보내오기도 했었습니다.

안타까운 강릉이 소식과 달리 봉순이가 건강하게 매년 새끼를 낳으면서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에다 봉순이의 딸 소식까지 전해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한국의 야생에서, 또는 코로나19가 종식된 뒤 일본 시마네현 운난시에 가서 봉순이의 건강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랍니다.